안녕하세요!
한국-멕시코 국제결혼 남정네, 멕시코의 문화에도 귀를 쫑긋하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타코조각입니다.
오늘은 2024년 개봉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érez)"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Jacques Audiard)가 연출한 스페인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화려한 수상 성과를 거두었습니다만, 정작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멕시코에서는 강한 비판과 보이콧 운동까지 일어나게 한 논쟁적인 작품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멕시코인 배우자와 함께 이 영화를 둘러싼 문화적 충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를 알게 된 사연
저는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멕시코인 아내가이 갑자기 한 영화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면서, 이야기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는데, 그 영화가 바로 '에밀리아 페레즈'였습니다.
아내는 이 영화가 본국인 멕시코에서 사람들의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으며, 사람들의 속을 박박 긁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차원에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인 줄 알았으나, 점차 이것이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묘사에 관한 더 깊은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4명의 여배우가 공동 수상)을 받은 영화가 왜 멕시코에서 그토록 강한 거부감(반항감)을 불러일으켰는지 궁금증이 생겼고,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간단한 평가
'에밀리아 페레즈'는 국제 무대, 특히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영화입니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 살다나, 셀레나 고메즈, 아드리아나 파즈 등 출연 여배우 4명 모두가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서구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시각적 표현, 그리고 젠더 정체성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등등 수많은 스페인어 밈 (in Mexico)
반면, 멕시코에서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많은 멕시코인들은 이 영화가 자국의 복잡한 사회 문제, 아픈 역사, 폭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심지어 희화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기분 나쁠만 합니다.)
멕시코 현지 언론과 소셜 미디어, 개인들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이러한 극명한 반응의 차이는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감수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줄거리 요약
에밀리아 페레즈'가 어떤 영화인지 줄거리를 매우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뮤지컬 범죄 코미디 드라마로, 강력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보스인 모레노 가르시아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변호사 리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갈등, 그리고 정체성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문제점은, 이 영화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과 관련된 폭력, 부패, 사회적 트라우마라는 극도로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표현 방식이 뮤지컬 형식이다 보니, 다소 가볍고 스타일리시하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멕시코에서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약 전쟁의 잔혹한 현실보다는, 화려한 영상미와 흥미로운 캐릭터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본질적인 내용과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이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도 차이가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에밀리아 페레즈
국제 영화계, 특히 유럽의 영화제에서 '에밀리아 페레즈'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 첫째, 영화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연출력, 촬영 기법, 배우들의 연기 등 영화적 요소들이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둘째, 트랜스젠더 주인공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정체성의 변화라는 주제는 현대 서구 영화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주연을 맡아 진정성을 더했습니다.
- 셋째, 뮤지컬 형식과 범죄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장르적 실험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관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 넷째, 멕시코라는 이국적 배경과 마약 카르텔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서구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멕시코인들이 비판하는 '외부자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 다섯째, 프랑스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칸 영화제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화적 친밀성과 영화적 취향의 유사성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가 멕시코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멕시코인들이 이 영화에 강한 거부감을 표현한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타국인에 의한 역사적 트라우마의 경시입니다. 멕시코의 마약 전쟁은 단순한 영화 소재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비극입니다. 2006년 이후 약 4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10만 명 이상의 실종자를 낳은 이 비극은 많은 멕시코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많은 멕시코인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은 상황에서, 이를 뮤지컬 형식으로 다소 가볍게 다룬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둘째,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의 문제입니다. 프랑스 감독이 멕시코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충분한 이해 없이 자신의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히 멕시코의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단순화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셋째, 고정관념(stereotype)의 강화입니다. 영화가 멕시코를 폭력과 마약의 나라로만 그려내며 기존의 부정적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멕시코인들은 자국이 국제 미디어에서 항상 이런 방식으로만 묘사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넷째, 국제 영화제의 이중 잣대에 대한 불만입니다. 멕시코 감독이 자국의 문제를 다룬 진지한 작품들은 종종 주목받지 못하는 반면, 외국 감독의 작품은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한국-멕시코 국제커플 입장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는 관점
한국인과 멕시코인으로 구성된 우리 부부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저와 같은 한국인 배우자는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파트너의 정체성과 감정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한국인으로서 멕시코의 마약 전쟁과 그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군사 독재 등 고통스러운 역사적 경험이 있습니다. 만약 외국 감독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4.3 제주사건을 충분한 이해 없이 가볍게 영화를 만들었다면, 우리도 멕시코 사람들처럼 유사한 반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식민지 시대의 위안부 문제나 광주 민주화 운동을 외국 감독이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 고통의 무게와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서, 단지 예술적 실험으로만 사건에 접근하고 사건을 표현했다면, 한국인들은 깊은 상처와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국제부부로서 우리는 서로의 문화적 상처와 역사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진득한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와 같은 논쟁적인 작품은 오히려 서로의 문화적 배경과 감수성에 대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소감, 맺음말
'에밀리아 페레즈'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영화 비평을 넘어 문화적 감수성과 역사적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예시입니다.
국제 영화계에서는 찬사를 받았지만 멕시코 현지에서는 거부당한 이 영화의 사례는, 타 문화를 다룰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만약에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를 보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단순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배경에 있는 멕시코의 현실과 아픔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민주화 과정의 아픔을 외국인 감독이 가벼운 소재로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멕시코인들의 반응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세계화 시대에, 다른 문화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더욱 깊은 이해와 존중이 필요합니다.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에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사례는 우리가 다른 문화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과 누구의 목소리로 전해지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진정한 문화적 이해는 표면적인 호기심을 넘어, 그 문화 속 사람들의 감정과 역사, 사회 등을 존중하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국제커플이나 국제부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충분한 문화적 감수성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기본 자세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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