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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reated by Nanobanana

 

퇴근 무렵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를 멍하게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손으로는 모바일뱅킹 앱을 열었다가 이내 한숨을 삼키고 닫아버렸죠. 내일부터는 민족 대명절이라 불리는 추석 연휴의 시작입니다.

 

사무실을 떠나기 전, 회사에서 '추석 선물'이라며 손에 쥐여준 선물 세트 상자를 잡았습니다. 생활용품이 들어 있는, 부피가 큰 소박하고 쓸쓸한 상자였습니다. 네, 올해도 저희 회사의 추석 상여금(이고 말하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보너스)은 '없음'이었습니다. 사실 내심 기대조차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막상 명절이 다가오면서, 아무 소식도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 씁쓸함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돈 나갈 곳은 왜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드릴 용돈, 조카들 과자 값, 왕복 기름값에 고속도로 통행료, 그리고 명절 장보기 비용까지… 회사에서 명절까지 챙겨주는걸 기대하는게 큰 기대이고 의무가 아닌 것은 압니다만, 명절에 나가는 지출과 현실적인 부담은 제 몫으로 남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지출을 어디서 뭘 줄여야 하지?'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해보지만 답은 없습니다. 적응할 뿐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단체채팅방에서 친구들 소식을 들을 때 가슴 한구석이 조금 아릿합니다. 잘나가는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혹은 예전에 같이 고생하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한 옛 동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이번에 명절 보너스로 기본급 100% 나왔다", "회사에서 명절이라고 호텔 숙박권을 줬다" 같은 말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이 왈칵 밀려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부러워하면 진짜 지는 거더라고요. 남들과 내 처지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결국 나만 더 비참해질 뿐이니까요. 각자 자리가 있는 거고, 저마다 짊어진 짐의 무게가 다를 뿐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회사에 커다란 비전이나 화려한 복지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고, 달달이 제 날짜에 들어오는 월급에 땡큐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이번 명절 연휴도 그렇게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명절을 즐기러 간다기보다는, 제가 치러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제 저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뉴스와 지도를 확인합니다. 비록 통장은 가볍고 양손에 든 선물은 소박하지만, 그래도 나를 기다려줄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게 지금 제 삶이고, 또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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